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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401093
한자 驛馬
영어의미역 Post Horse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경상남도 하동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최영욱하아무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13년 11월 24일연표보기
저자 몰년 시기/일시 1995년 6월 17일연표보기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48년연표보기
배경 지역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지도보기
성격 소설
작가 김동리(金東里)[1913. 11. 24~1995. 6. 17]

[정의]

1948년 소설가 김동리가 경상남도 하동군의 화개장터를 배경으로 하여 쓴 단편 소설.

[개설]

김동리(金東里)[1913. 11. 24~1995. 6. 17]가 사천 다솔사에서 운영하던 광명학원[1937년 4월 개강, 1942년 6월 폐쇄]에서 지낼 당시, 김동리는 1938년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둔 젊은 가장이었다. 그 무렵 김동리쌍계사 아래에 있는 친구를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문학을 좋아해서 김동리를 두 번이나 자기 고장으로 초대하였다. “내가 소설 「역마」를 쓰게 된 것도 모두 이 친구 덕택일 것이다. 「역마」에 나오는 화개장터쌍계사니 화갯골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이 친구가 살던 고장이었기 때문”이라고 김동리는 회고한 바 있다.

김동리는 1942년에 두 번째로 하동군의 화개를 찾았는데, 당시는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앞날을 내다보기 어려운 때였다. 백형 김범보가 두 번에 걸친 검속으로 고통을 당하였고, 2편의 단편 소설이 전문 삭제를 당하는가 하면 친일문인협회의 가입을 강요당하였으며, 우리말 문예 잡지가 모두 폐간되었다. 또한 5년간 근무해 온 광명학원마저 폐쇄된 데다가 큰아들을 잃었고, 잘 알고 지내던 조선인 순사로부터 강제 징용장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큰 충격을 받은 김동리하동군 화개로 피신을 해 6개월가량 머물렀다. 하동군 화개는 실의와 공포에 빠져 있던 김동리에게 피난처요 구원지였던 셈이다. 이후 1948년 김동리하동군 화개에서의 경험과 생활을 바탕으로 문학사적 평판작인 「역마」를 써 냈다.

[구성]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구성되어 있다.

1. 발단: 화개장터에서 주막을 운영하며 살고 있는 옥화는 아들 성기의 역마살(役馬煞)을 없애려 노력하던 중, 체 장수 영감이 자기 딸 계연을 옥화에게 맡기고 장사를 떠난다.

2. 전개: 성기와 계연은 서로 사랑하게 되고, 옥화도 둘을 결혼시킴으로써 아들의 역마살을 눌러 정착시키려 한다.

3. 위기: 옥화는 계연의 왼쪽 귓바퀴의 사마귀를 발견하고 동생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4. 절정 : 체 장수 영감이 돌아와 들려준 이야기로 계연이 성기의 이복 이모임이 밝혀지고, 계연과 성기의 사랑은 천륜에 의해 운명적으로 좌절된다.

5. 결말: 계연이 아버지를 따라 떠나고 성기는 중병을 앓게 된다. 병이 낫자 성기는 운명에 순응해 엿판을 메고 길을 떠난다.

[내용]

남사당패 우두머리가 경상남도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주막집 홀어미와 하룻밤의 인연을 맺는다. 남사당패 우두머리는 전라도 지방을 여행하다가 40여 년 만에야 어린 딸 계연을 데리고 화개장터에 들른다. 옛 주막집에서는 예전의 홀어미 대신 그 딸이 이들을 환대한다.

화개장터에서 주막을 운영하고 있는, 마음 착하고 인심 좋은 옥화는 아들 성기의 타고난 역마살을 없애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역마살이 끼면 집에 머물지 못한다기에 아들 성기를 쌍계사로 보내고 장날에만 집에 오게 한다.

어느 날, 체 장수 영감이 딸 계연을 데리고 와 옥화네 주막에 맡기고 떠난다. 옥화는 계연을 성기와 가까이 하게 한다. 둘을 결혼시켜 역마살을 극복함으로써 아들 성기를 정착시키려는 심정에서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화는 계연의 왼쪽 귓바퀴 위에 난 사마귀를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동생이 아닐까 의심한다. 남사당패 우두머리가 바로 체 장수 영감이고, 옥화와 계연은 서로 이복 자매가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든 것이다.

체 장수 영감이 돌아와 들려준 이야기로 예감은 현실로 드러난다. 36년 전 화개장터에서 어떤 떠돌이 여인과 하룻밤 관계한 일로 태어난 딸이 옥화라는 것이다. 계연은 결국 옥화의 이복동생임이 밝혀지고, 이로써 계연과 성기의 사랑은 천륜에 의해 운명적으로 좌절된다. 이후 계연은 체 장수를 따라 아버지의 고향인 여수로 떠나고, 성기는 중병을 앓는다. 1년이 지나고 병이 낫자 성기는 운명에 순응, 역마살에 따라 엿판을 짊어지고 화개장터를 떠난다.

[특징]

「역마」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화개장터’는 3대에 이르는 가계의 인물들의 삶에서 상징적 공간으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화개장터는 성기의 외할머니가 하룻밤 놀다가 젊은 남사당패와 정을 통하고 옥화를 갖게 된 장소이며, 옥화마저 떠돌이 승려와 인연을 맺어 성기를 잉태한 장소이다. 뿐만 아니라 성기마저도 어머니의 이복 여동생인 계연과 부부의 연을 맺을 뻔한 장소이다.

이처럼 화개장터가 갖는 가장 흥미로운 점은 대를 잇는 운명의 순환성에 있다. 운명적인 만남으로 정을 통하게 되고 일생에 지우지 못할 추억과 연민을 갖게 하며, 결국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되는 것이다.

결말 부분의 ‘세 갈래 길’은 주인공 성기의 역마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 갈래 길 중 하동군 화개면의 화갯골로 난 길은 지금까지 성기가 살아왔던 길로, 성기에게는 과거의 삶을 의미하는 길이다. 전라남도 구례로 난 길은 계연이 떠나간 길로, 성기가 그 길을 택한다면 운명을 거부하고 계연을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성기는 화갯골에서 나와 하동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는 운명에 순응하는 삶, 즉 역마살을 받아들이는 삶을 의미한다.

김동리 스스로도 「역마」를 쓰게 된 동기가 “화개장터의 정조(情調)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별이 잦기 때문에 무수한 한이 서려 있다고 보았던 것인데, “길은 구례, 하동, 지리산 쪽의 세 갈래로 나 있고 물도 길 따라 그렇게 세 갈래로 흐르고 있으며, 게다가 닷새에 한 번씩 서는 장날엔 멀고 가까운 데서 수많은 장돌림들이 모여들었다 흩어지고 하니까. 그 고장에 사는 사람들은 한평생 이별 속에 세월을 보내는 격이 아닐까. 물로 흘러와서는 흘러가고, 사람도 모여와서는 흩어져 가고……. 이러한 이별 속에 평생을 보내는 사람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가슴 깊이 한이 서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유추하였던 것이다.

김동리는 이런 자연 지리적 환경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은 은연중에 성격과 운명 속에 그런 환경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 것이라 보았다. 또한 모든 사람이 역마운(驛馬運)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을 때, 화개장터에서 태어나 살아온 사람은 더 강한 역마살을 타고난다고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김동리의 말을 그대로 따른다면 소설 「역마」의 실제 주인공은 성기나 계연과 같은 등장인물이 아니라 ‘화개’라는 공간인 셈이다.

[의의와 평가]

「역마」는 역마살로 대변되는 운명에 순응함으로써 인간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문학관이 짙게 깔린 소설이다. 토속 세계에 바탕을 두고 생의 진경을 탐구한 작품으로,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운명과 근친상간의 문제를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색채로 그려 내고 있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역마」의 주제는 ‘역마살’로 대변되는 운명론이다. 남사당과의 하룻밤 인연의 소산인 옥화는 다시 떠돌이 중과의 인연으로 성기를 낳고, 성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역마살을 운명적으로 갖게 된 것이다. 그 역마살을 풀어 보려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기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소설은 종결된다.

특히 「역마」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한 사건들이 우연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 우연들은 김동리의 소설 속에서는 단순한 우연에 그치지 않고 운명의 지위로 올라선다. 따라서 「역마」에서 등장인물들의 삶은 이미 운명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다. 민속적인 소재를 통하여 토속적인 삶과 그 운명이 시적(詩的)으로 승화된 「역마」김동리의 운명론적 문학관을 나타내는 초기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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