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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401793
한자 -美學-
영어의미역 The Slow Aesthetics - Cittaslow
분야 지리/인문 지리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상남도 하동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지영

[개설]

슬로시티(Slow City)는 민간에서 주도하는 범지구적인 운동으로, 1999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공식 명칭은 치타슬로(Cittaslow)이다. 슬로시티는 ‘느리게 살기 미학’을 추구하는 도시를 가리킨다. 빠른 속도와 생산성만을 강요하는 빠른 사회[Fast City]에서 벗어나 자연·환경·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고 즐겁게 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슬로시티는 전통의 보존, 지역민 중심, 생태주의 등 이른바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를 뜻한다.

2010년 현재 20개국 132개 도시가 슬로시티 국제연맹에 가입되어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2007년 12월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과 장흥군 유치면·장평면,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등 4개 지역이 슬로시티로 인증을 받았다.

[슬로시티는 어떻게 선정될까]

슬로시티 선정은 슬로시티 국제 연맹이 신청 지역을 직접 실사해서 결정한다. 심사 조건은 제법 까다롭다. 모두 24개 항목을 심사하는데, 특히 5개 핵심 항목이 집중적으로 검토된다. 인구가 5만 명 이하의 지역이어야 하고, 자연 생태계가 철저히 보호되어야 하며, 지역 주민이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유기농법으로 생산되는 지역 특산물도 있어야 하고, 대형 마트나 패스트푸드점도 없어야 한다. 슬로시티로 선정되면 4년마다 재심사를 받는다.

2009년 2월 6일 이탈리아 감파나아 주 카이아쪼 시에서 열린 슬로시티 국제 조정 이사회에서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이 단독으로 상정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번째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슬로시티를 다섯 곳이나 보유하고 있지만, 관광 대국을 자처하는 일본은 단 한 군데의 슬로시티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슬로시티를 무시했던 것은 아니다. 일본은 한 번에 20개 도시씩 두 차례나 슬로시티를 신청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일본의 농촌이 지나치게 현대화·서구화되어 있어서였다. 지역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어야 하는데, 일본의 농촌은 이미 획일화된 풍경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악양면은 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나]

하동 지역에는 차와 문학과 도시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세 가지 향기, 곧 다향(茶香), 문향(文香), 도향(都香)이 있다. 천 년을 지켜 온 차나무와 이 차나무에 해마다 헌다례를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산기슭에 숨어 지내는 야생차 밭은 1300년 넘게 하동을 지키고 있으며, 일부러 단장하지도, 인공 비료도 주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녹차는 ‘왕의 녹차’로 불린다.

비닐하우스가 없는 대신 널따란 논두렁이 있는 마을인 악양면은 대하소설 『토지』의 문학적 소재와 풍요로운 농부의 마음이 느껴지는 곳이다. 자연이 주는 햇빛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녹차가 흐드러지게 자라고, 햇살과 바람이 대봉감을 뽀얗게 분칠해 주어 곶감으로 단장케 하며, 수천 년을 두고 흐르는 섬진강이 마을을 더욱 여유롭게 해 주는 그런 슬로시티인 것이다.

[신발 끈을 풀고 느림의 길을 걷다]

슬로시티를 제대로 체험하려면 신발 끈을 느슨하게 풀어야 한다. 누구보다 앞서거나, “빨리, 빨리!”를 외치며 신발 끈을 묶을 필요가 없다. 슬로시티는 말 그대로 ‘천천히’ 걸으면서 더 많은 것을 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로시티마다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 달팽이다. 느리기 때문에 세세하게 볼 수 있고, 느리기 때문에 마음으로는 더 풍족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슬로시티를 찾는 느림꾼들의 첫 마음이다.

하동군 악양면이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악양면에는 천천히 걷는 체험을 하기 위한 여섯 개의 슬로 로드가 생겨났다. 이러한 코스는 개인적 취향과 체력 등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으며, 이곳만의 느림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여섯 개의 코스 중 제1코스는 평사리 삼거리→최참판댁 입구→최참판댁한산사하동 고소성 입구로 이어지는 길이며, 총 5.8㎞ 거리이다. 제2코스는 매암차박물관조씨 고가 입구→조씨 고가→상신마을 돌담길→노전마을 삼거리→노전마을 입구→노전마을회관→십일천송→노전마을 삼거리→취간림으로 이어지는 길이며, 총 7.5㎞ 거리이다. 제3코스는 대봉감마을→문암송→만수당→공설시장→취간림매암차박물관최참판댁→부부송→동정호평사리 삼거리로 이어지는 길이며, 총 8.9㎞ 거리이다.

제4코스는 악양삼거리→악양루개치마을→미동마을→매화나무길→삼거리→구재봉 활공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며, 총 4.4㎞ 거리이다. 제5코스는 평사리 공원→평사리 삼거리→동정호→부부송→최참판댁→대봉감마을→문암송→악양삼거리로 이어지는 길이며, 총 7.8㎞ 거리이다. 제6코스는 매암차박물관노전마을 삼거리→매계마을 입구→비포장 도로 시작점→회남재로 이어지는 길이며, 총 10.7㎞ 거리이다.

1. 악양면 평사리

‘악양’이라는 지명은 7세기 나당 연합군 장수였던 소정방(蘇定方)이 이곳을 지나다가 중국 악양의 지형과 유사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으로, 주위에 동정호악양루, 한산사 등 중국의 지명과 유적지 이름을 차용한 곳이 많다.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는 악양 소상팔경의 하나인 평사낙안(平沙落雁)에 비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80만 평[2.64㎢]의 넓은 평사리 들판은 풍부한 곡물을 키워 내는 평야로, 보고만 있어도 눈이 넓어지고 마음이 넉넉해짐을 느낄 수 있다. 넓은 들판에 한가로이 꼬리를 흔들며 꼴을 뜯고 있는 누렁소 한 마리의 느림 속에서, 빠름의 속도전이 아닌 마음으로 차오르는 감성의 풍요를 맛볼 수 있다. 봄날이면 새파랗게 솟아오른 청보리가 바람결 가는 대로 파도처럼 일렁거리고, 보리 수확 때는 누렇게 익은 보리 물결에 금방이라도 취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가을 평사리 들판은 황금빛 들녘으로 물들며, 내 것이 아니라도 내 것인 양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악양 최참판댁의 명성은 2006년 SBS 대하 드라마 「토지」 외 10편의 드라마 촬영과 2006년 「마파도2」 등 4편의 영화 제작, 5개의 TV 예능 및 교양 프로그램에서 최참판댁 및 토지 세트장 등을 활용함으로써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하동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최참판댁은 소설 『토지』 속의 가상공간을 현실화한 경우로, 2001년 본 건물이 준공된 이래 건물 주변에는 ‘평사리 문학관’, ‘농촌 문화·예술 체험관’, ‘전통 문화 전시·체험관’, ‘읍내 장터’, ‘토지 세트장’ 등이 조성되었다. 주변의 하동 고소성과 악양 들판, 그리고 유려한 섬진강이 어우러진 주변 경관 또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연간 70만 명이 넘는 탐방객이 찾고 있다. 소설 『토지』를 읽어 본 독자라면, 한 장면 장면을 연상해 가며 천천히 둘러보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대사를 읊조려 보는 것도 나름의 풍취가 있다. 특히 비오는 날 최참판댁 한옥에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촉촉이 적어드는 평사리 들판을 바라보는 것도 운치가 있다.

2. 한산사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산47번지에 자리한 한산사가 언제, 누구에 의해 창건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력은 전하지 않는다. 사찰에서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544년에 지어진 화엄사와 창건 연대가 비슷하다고 하나 이를 확인할 만한 자료는 없다. 당시 화엄사 승려 한 명이 중국의 악양 고소성과 지명이 같은 하동에 한산사를 지었으나, 빈대가 기승을 부리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중국의 한산사가 위치한 곳은 절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시인 장계(張繼)가 「풍교야박(楓橋夜泊)」이란 시를 읊어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하동의 한산사 또한 그 절경이 중국의 한산사를 빼어 닮았을 뿐 아니라, 지역의 모습 또한 꼭 닮았다고 한다.

3. 고소성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산31번지 일대에 위치한 하동 고소성은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산성으로 섬진강동정호가 발아래에 있는 천연의 요충지이다. 신라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사적 제151호로 지정되었으며, 인근 지역의 수려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1983년 군립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4. 매암차문화박물관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에 위치한 매암차문화박물관은 대중과 함께 차 문화를 공유하기 위하여 건립되었다. 참여자들이 차의 제조 과정과 차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체험할 수 있는 실습형 박물관으로, 연중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우리 문화 속에 나타나는 차의 모습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함께하는 나눔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우리의 차 문화사’ 강좌를 연중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5월 1일부터 6월 25일까지는 노동의 의미를 깨닫고 자연 친화적인 삶을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 제다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한잔의 차향을 맛보기 위한 노동을 체험하여 손수 만든 차 한잔에서 자연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5. 조씨 고가

조씨 고가 풍양 조씨(豊壤趙氏)의 세도가 주거로서 흔히 ‘조부잣집’으로 알려져 있는 하동의 대표적 상류 주택에 해당한다. 동학 농민 운동이 한창일 때 화재를 당하고 6·25 전쟁 때 불타서 현재는 안채와 행랑채만 남아 있다.

6. 상신마을

하동에서 가장 연대가 오래된 마을로 꼽히는 상신마을은 소설 『토지』의 무대로 잘 알려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와 마주보고 있으며, 형제봉구재봉 등이 마을을 휘감고 섬진강까지 뻗어 내려 있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상신마을은 유독 돌이 많아 돌담뿐 아니라 다랭이 논도 돌로 쌓아 만들어져 있다. 미로처럼 깊숙이 이어지는 이끼 낀 돌담을 걷다 보면 돌담길로 불어 드는 바람 한 점에도 마음이 느긋해짐을 느낄 수 있다.

7. 취간림

500년 된 향나무가 있는 취간림(翠澗林)악양천의 중간 지점에 수구막 역할을 위해 나무를 심으면서 만들어졌다. 지난 2000년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에서 마을숲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숲 한가운데는 팔경루와 일제 강점기 때 지리산 일대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순국한 3000여 명의 항일 독립투사의 넋을 기리고 활약상을 기념하는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8. 대봉감마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대봉감마을은 추석을 지내고 나면 대봉감 수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악양면 일대는 기후가 온화하고 토질이 비옥한 곳으로, 대봉감의 시배지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악양 대봉감은 “과실지왕 감이요, 감지왕은 대봉”이라는 말처럼 옛날부터 왕에게 바치는 진상품으로 이름난 전통 과일로, 다른 지역의 대봉감과는 그 맛과 향을 비교할 수 없다.

매년 11월이면 악양면 청년회 주관으로 대봉감 축제가 열리는데, 축제 기간 동안 전국 대봉감 품평회, 대봉감 사진 전시회, 허수아비와 장승과 만남, 하동 사투리 거리, 목공예품 전시, 감잎 삼행시 적기, 대봉곶감 만들기, 천연 염색, 수제 쿠키 만들기, 감비누와 양초 만들기, 펠트로 만드는 대봉감 및 압화·목공예와 대나무공예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함께 열린다.

지리산 자락의 맑은 공기와 1급수 섬진강의 맑은 물, 충분한 일조량으로 생산된 악양골 대봉감은 감칠맛 나는 맛과 색깔, 아름다운 모양으로 이름나 있다. 수확한 대봉감은 껍질을 벗겨 홍시나 건시로 만드는데, 줄줄이 매달린 대봉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맛에도 느림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9. 문암송

문암송은 아미산의 커다란 바위를 뚫고 자라고 있어 마치 큰 바위에 걸터앉아 드넓은 악양 들녘을 내다보고 있는 기이한 형상의 소나무이다. 예전에는 이 소나무 아래에서 문인들이 시회(詩會)를 열곤 했으며, 마을 주민들은 씨름판이나 놀이판을 열기도 했다고 전한다.

10. 악양루

지명의 유래에서부터 중국의 악양을 모방했음을 알 수 있는 악양면의 대표적 유적으로 악양루동정호가 있다. 악양루하동포구 80리 벚꽃 길을 따라 화개 쪽으로 국도 19호선을 따라가다 보면 악양삼거리에 즈음하여 오른쪽으로 개치마을 입구 큰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악양루는 하동과 악양을 대표할 만한 명승지로서, 조선 시대에는 문인들이 이곳에 머물며 유구한 역사와 유적들을 시로 읊어 내기도 했던 곳이다. 특히 악양의 동정호·한산사 등과 함께 하동 청학동 유람의 주요 코스로 애용되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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