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동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김녕김씨와 밀양박씨 집안사람들이다. 두 집안은 비슷한 시기에 입향했는데, 먼저 뿌리 내리고 산 사람은 김녕김씨(金寧金氏) 가문의 김충주(金忠柱)로, 조선 전기의 일이다.

김충주의 자는 광보(狂甫), 호는 탄옹(炭翁)이다. 공조판서 김문기(金文起)의 손자로, 아버지는 거창현감을 지낸 김현석(金玄錫)이며, 어머니는 동복오씨였다. 김충주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단종복위운동으로 인해 순절하자 형 김충립(金忠立)과 함께 영읍(嶺邑)의 노비가 되었다.

이에 “형제가 모두 노비가 되었으나 앞으로의 생사를 알 수 없습니다. 후손에게 어찌 의롭지 않음을 남길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습니까? 아니면 도망하여 부조(父祖)의 뒤를 잇는 것이 낫겠습니까?”하고 형인 김충립에게 말했다는 김충주의 심정을 알 것 같다. 그 후 김충주는 형 김충립과 의논하여 각각 이름을 철주(哲柱)와 원희(元希)로 고치고 잠적하였다.

얼마 후 김충주는 형과 헤어져 태백산 아래 신두곡(新杜谷)[일명 삼수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곧 사람들이 그의 행적을 의심하자 다시 안산 광곡리(廣谷里)[현 안산시 화정동 너빌마을]에 이르러 은거한 뒤로 자손들이 뿌리를 내리고 지금까지 살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화정동의 밀양박씨 입향조는 박관회이다. 그는 원래 경상남도 밀양에 살았는데 지금부터 약 450~500년 전에 안산의 초지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초지동은 당시 바닷가 옆이어서 주민들의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박관회는 자신이 이대로 초지동에 살면 후손들이 모두 뱃사람이 될 것을 걱정하여 이주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 후 새롭게 거처할 곳을 찾다가 화정동이 가장 적당하다 싶어 옮겨 온 뒤로 후손들이 번창하여 집성촌을 이루며 지금까지 살게 되었다.

2008년 현재 화정동 너빌 지역에는 약 50여 세대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김녕김씨이다. 간혹 타성이 들어와 살기도 했으나 대부분 2~3대를 넘기지 못하고 떠났다. 이곳에 살고 있는 김녕김씨 집안이 마을에서 워낙 세력이 크고, 마을 전체가 한 집안처럼 얽혀 살고 있기에 다른 집안사람들이 정착하여 살아내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다. 고주물 지역에는 현재 약 70여 세대가 살고 있는데, 주거 이동이 빈번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김녕김씨와 밀양박씨가 약 절반 정도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11월 현재 안산시의 인구는 약 74만 명이다. 1980년대 안산 지역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 인구는 약 3만 명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안산에 살고 있는 안산 토박이는 전체 인구의 약 3%도 되지 않는다. 안산의 대부분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외지인들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곳 화정동은 지금까지도 두 집안사람들이 마을 주민의 대부분을 이루며 살고 있다.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마을이라는 이야기리라.

[정보제공]

• •  박순기(남, 1926년생, 화정동 거주, 화정동 전 통장)
• •  김연권(남, 1929년생, 화정동 거주, 화정동 전 통장)